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4)
동양과 서양이라는 큰 범주로 문화를 나누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차이와 그 원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관점의 차이에 대한 핵심은 ‘전체’와 ‘부분’이다.
동양은 전체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조직에 잘 융합되도록 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며 전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부분만 따로 떼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사고에 익숙한 경향이 크다.
서양은 부분과 나를 중시한다.
따라서 사고도 나의 생각이나 나의 느낌 등 지극히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배경을 제외한 특정 사물 자체를 더 잘 기억하는 등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범죄를 분석할 때도 동양과 서양은 차이를 보인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동양은 주로 범인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추지만 서양은 범인의 개인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점도 여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도 동양은 동사, 서양은 명사를 먼저 배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사는 유동적이지만 명사는 고정적이므로 보통은 동사보다 명사를 쉽게 습득한다. 그러나 동양의 아이들은 특이하게도 명사만큼이나 동사도 빠르게 습득하는데 이는 지능에 따른 차이라기보다는 동사가 주로 관계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조직에 잘 융합되는 것 역시 너와 나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제일 처음이나 마지막에 위치하여 눈에 띄지만 영어는 동사가 문장의 중간에 위치하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서양은 특정 사물의 속성을 중시하므로 사물의 이름과 특성을 중시하여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동양은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관점의 차이가 발생한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누군가 서양에는 소크라테스, 동양에는 공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그들의 탄생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바로 두 사회의 생태 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오고 경제적인 차이가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동양은 주로 고대부터 농경 사회 구조를 이루었으므로 농사의 핵심인 협동을 중시하며 조직 문화가 발달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서양은 농경 사회가 아니었을까?
서양은 토지가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주로 채집이나 물건의 교환, 무역 등 개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한 사회 구조를 이루었다고 한다.
서양은 개인과 국가간에 오직 하나의 바람직한 관계 즉, 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로 다른 사람과 국가와 사회적 계약을 맺으며 계약에는 개인의 권리, 자유, 그리고 의무가 포함된다고 믿는다.
동양은 국가를 개인들의 단순 집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하므로 개인의 고유한 권리라는 개념은 자연스럽지 않고 부분-전체, 개인-사회라는 관계적 측면에서 권리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렇듯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므로 서로의 도덕관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의 사고 방식이 더 옳은가를 따지기 보다는 서로를 보완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서양은 모든 문제는 논리로 해결될 수 있다는 형식주의(formalism), 하나의 원인만 존재한다는 양자 택일 논리, 상황보다 내부의 원인을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 기본적 귀인의 오류가 있다.
동양은 양쪽 모두에 진실이 있는 모순, 논쟁의 회피, 복잡성의 문제가 있다.
양쪽 모두에 진실이 있는 모순이란 예를 들면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와 같이 서양인이 보기에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옹호된다.
다양한 문화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연구를 통해 상이한 사고 방식을 가진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면 어떤 문제든지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과 기술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결국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문화와 장점을 수용하여 중간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며 이야기를 마친다.
여러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면서 그저 개인의 특성으로만 여겼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많은 부분에서 환경에 따른 사고 방식의 차이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개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문화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때로는 우리가 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동양의 친구들로부터 익숙함을 느끼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만약 내가 다른 문화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