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아이와 부모 모두 인생을 잘 살아가는 법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인생이 끝나고 아이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도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배우고 성장해야 아이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인생을 잘 살아가야 한다. 

육아에 있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출발점이 잘못된 것이다. 내 삶을 포기하고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것은 아이를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성인으로 키우기 어렵다.

사람의 자존감을 해치는 건 주로 비교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제때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육아 휴직이라는 역할 전환에 의해 아이를 잘 키워 자존감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이 아이와 나를 같은 객체로 보게 하고, 아이를 대리만족 수단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자존감을 먼저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음과 같다.

자율성, 도전정신, 행복, 우정, 긍정, 안정성, 지혜

부모의 근본적 역할 중 하나는 아이의 삶에서 등대가 되어줄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부모의 가치부터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 부모의 삶에서 묻어나는 중요한 가치는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자신의 삶에서도 추구해야 모순되지 않는 가치를 아이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 자신의 장점을 잘 알아야 한다. 단점만 지적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장점을 찾을 수 없다면 자기 자녀의 장점도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무엇을 할지 삶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고 자녀도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자녀를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가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 즉 자립이다. 행복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찾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육아에 대한 판단은 아이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아이 때문에 우울해지거나 창피해지는 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므로 아이를 부모 욕심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자녀와 정신적,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육아는 실패한 것과 같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인 사랑과 보호, 가치와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것만 지키면 세세한 것은 상황에 맞춰가면 된다.

아이는 쌀과 같아서 밥을 하는 것과 같이 물 넣고 뚜껑 덮고 불을 지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밥을 할 때 뚜껑을 열거나 양념을 하지 않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믿고 기다려주면 각자 고유의 밥맛을 내는 쌀처럼 아이도 그와 같을 것이다.

잠재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라면서 서서히 펼쳐져 나오므로 모든 아이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부모가 믿는 만큼의 잠재력을 아이들은 가지고 있다. 부모의 역할은 뭔가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펼쳐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아이의 잠재력은 관심과 흥미의 표현으로 꺼낸다. 관심과 흥미에 대해 가치 있게 받아들여주면 계속해서 잠재력을 끌어내게 된다. 또한 사랑 다음으로 중요한 존중, 인정의 감정을 채우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강점을 흥미와 관심으로 표현하면서 길러간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경청해주고 같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이가 가진 단점과 약점이 있지만 의식적으로 강점과 장점에 더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는 한 가지를 더 잘하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아이는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 성향을 타고난다. 부모는 그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돕는 것이지 세상의 획일적인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에 대해 불안하다면 이 말을 되새겨야 한다.

Only dead fish go with the flow(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간다).

부모가 아이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게 되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다양성이 죽은 곳에 열등감이 자라고 열등감은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

아이에게 상대적 존재 가치가 아닌 절대적 존재 가치를 가르쳐야 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의 노력과 수고를 인정하고 고마워해주는 말만큼 아이 스스로를 뿌듯하게 해주는 말도 없다. 칭찬할 때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야 한다. 또한 존재 자체와 탄생에 고마움을 표현해주면 아이들은 사랑과 인정으로 풍성해진다. 사랑과 인정은 인간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받고 싶어 하는 가장 큰 필요이자 욕구이다. 이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이 단단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20초 허그법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발달, 자존감에 큰 도움이 되는 가성비 최고의 요법이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로 자신의 부족한 점과 단점을 든다. 그러나 단점을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면 그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게 된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절대적인 부족함은 아니라는 걸 지각해야 한다. 다만 약점과 단점을 다 포함해도 자신이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감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치료 방법이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면 감정과 행동도 호전된다. 이 이론에서 모든 생각의 근원으로 보는 것을 핵심 신념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다. 생각이 감정을 낳고 감정이 행동을 낳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과가 자신의 신념대로 이루어져 가기 때문에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현실은 상당히 달라진다.

아이에게 가르칠 네 가지 가치는 신뢰성(integrity), 책임감(responsibility)과 성실함(diligence), 기여(contribution), 배려(consideration)이다.

아이가 살아가는 마음자세는 긍정적인 마음자세가 가장 도움이 된다. 무조건 다 잘될거라는 태도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아이는 힘든 일을 맞아서도 더 용감하게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어른이나 친구에게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부모의 영향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크기때문에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물론 부모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는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자세다.

많이 성취한 사람들은 기여를 최고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와 같은 내적 동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저절로 나오는 흥미와 호기심이라는 강한 내적 동기를 이용해야 한다.

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영감을 불어 넣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배워간다.

인간에게 의미는 경쟁보다 강한 원동력이다. 의미는 바로 그 일 자체에서 우러나는 내적 동기다.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를 약화시킨다. 그러나 내적 동기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내적 동기는 행복하게 사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에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만족감이다. 

자기 삶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과는 다르다. 살아가고 일을 하는데 의미를 가진 사람은 의미를 계속 펼치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미국 교육계에서 강조하는 4C는 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 communication이다. 이 4C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놀이다. 이 능력 발달에 아주 좋은 놀이는 틀이 없는 놀이이며 자연은 무척 좋은 놀이 대상이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게 하는 방법은 praise, reflect, imitate, describe, enthusiasm이다. 공감과 경청을 하면 자연스레 아이의 말과 행동을 반사하고 묘사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다. 

어릴 때일수록 많이 넘어지고 일어나는 경험을 해야 시련에도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실패는 지거나 잃은 것이 아니라 안된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고 개선할 방법을 얻은 것이다. 

실패는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에 도전하는 것이다. 실패를 피하려고만 하는 아이는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실패를 경험해 본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커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 바탕에는 부모의 조건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대사 조절을 하는 시상하부는 생각 회로가 감사로 바뀌면 활성화되어 몸과 호흡이 편안해지며 혈압, 잠, 식욕 등이 조절된다. 세로토닌과 도파민도 증가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거나 동기 부여가 된다. 도파민은 보상 받는 느낌을 주므로 또 하고 싶어지는 동기가 부여된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뇌를 지속적으로 훈련한 사람들은 감사 회로가 더 쉽게 활성화된다. 감사는 쌍방향이므로 감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똑같은 뇌 반응이 일어난다. 

어릴 때부터 놀면서 예체능을 많이 접한 아이들은 게임에만 과몰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마음껏 놀게 해주면 게임과 스마트폰의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공원이나 산, 캠핑 등을 자주 가본 아이들은 대부분 가족과의 이런 시간을 즐긴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말을 잘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을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도와주는 것이다. 

WHO에서 만1세 아래로는 스마트 기기를 보여주지 말고 만5세 미만은 한 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스마트 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한 영역에만 자극을 주어 고른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통제력과 조절을 주면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생긴다. 이것이 내적 동기다. 

자기조절력을 기르려면 자기 인식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부모가 잘 살피고 말해줘서 자기 인식을 올려줘야 한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는 기다릴 줄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안 좋은 상황에서 사람은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숨이 가빠지고 동공이 커지면서 눈이 동그래지고 심장이 뛴다. 이 때 호흡을 천천히 해주면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면서 몸에서 뇌로 신호가 가서 상태가 전환된다.

아이의 정서가 건강하게 잘 발달하려면 만족감(gratification)과 좌절감(frustration)을 둘 다 균형을 이루어 경험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매번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부모가 이를 제거해주기보다 불편한 감정이 들고 견디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가 스스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 아이가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도 부모가 평정심을 유지하면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배운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뇌가 다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균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내 인생은 살 만하고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아이로 길러야 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본인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잘 하는 아이 앞에서는 열등감, 못하는 아이 앞에서는 우월감과 교만을 느끼게 된다.

행복한 부모는 아이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고 불안한 부모는 잠재력을 믿기 어려워한다. 아이들은 남을 이기려고 세상에 온 게 아니라 성장하러 온 것임을 잊지 말고 기본만 잘 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잘 큰다.

우리의 자녀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절대적인 존중을 받아야 한다.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고 아이를 사랑하면서 성인이 되어 자립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 줄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자율성을 존중하고 길러주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고 아이는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BOOK] 기억의 뇌과학(Remember)

Remember: The Science of Memory and The Art of Forgetting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보니 기록할 것도 많고 꼼꼼히 읽다 보니 적은 페이지 분량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뇌의 관여로 인해 초콜릿과 섹스를 갈망하고 또 타인의 기쁨과 고통에 공감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기억은 뇌가 수없이 행하는 복잡하고도 놀라운 기적이다.

기억은 학습에 반드시 필요하고 기억이 없이는 어떤 정보나 경험도 간직할 수 없다.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실과 순간들이 하나로 이어져 삶의 서사와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며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지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늘 경험한 일의 대부분을 내일이면 잊는다. 생각해보면 결국은 인생의 대부분을 잊어버리고 산다.

기억은 결국 우리가 기억하고 망각하는 것들의 총합이며, 기억과 망각 모두 어떤 면에서는 과학이기도 예술이기도 하다.

기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경험에 대응해 서로 무관하게 일어나던 신경 활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후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 구조가 변하면서 패턴은 지속성을 갖게 된다. 새로 형성된 신경회로가 점화되면 영구적으로 달라진 신경 배선과 연결 구조를 경험하며 기억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부주의는 뇌 활동의 기본 설정값이다. 뇌는 주의를 기울인 대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먹구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햇살이 부신 순간이 와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본다. 날마다 즐거운 것만 보려 하고, 기쁘고 경이로운 순간에만 집중한다면 인생은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드는 기억만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 저장되는 기억은 현재 의식에 머물러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다. 시각적인 시공간메모장(visuospatial scratchpad)과 청각적인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가 있으며 이 공간에 기억은 15~30초, 5~9 개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고 순간이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면 순간의 경험이 장기 기억으로 강화될 수 있다. 장기 기억은 정보, 사건, 방법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학습한 지식, 삶과 세상에 관한 사실들을 저장해둔 뇌의 백과사전으로, 시간 제약이 없고 단순 사실만을 다룬다. 의미기억은 공부하고 연습해야 만들어지며 기억을 유지하겠다는 뚜렷한 의도와 목표도 있어야 한다. 

일화기억(episodic memory)는 이전에 일어난 일,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로 개인적이고 언제나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정보를 일정 시간에 걸쳐 간격을 두고 외우면 내용이 해마에서 완전히 강화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데 이를 기억의 간격효과(spacing effect)라고 한다. 따라서 공부할 내용을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씩 외우면 더 많이 기억하고 덜 잊어버리게 된다.

기억은 정보를 뇌에 강하게 심는 과정과 정보를 꺼내오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므로 효과적인 학습은 정보를 뇌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 반복해서 꺼내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묻고 답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학습한 정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 간에 형성된 경로가 한번 더 활성화되고 강화되며 기억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외우려는 정보를 반복해서 읽기만 하면 수동적인 행위 반복에 불과하므로 정보를 꺼내오지 못한다. 따라서 반복해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 반복해서 읽기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기억의 형성에는 의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뇌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은 알려고 하지 않으므로 더 많은 정보를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되게 해야 한다. 의미 부여는 기억술(mnemonic, 무의미하거나 서로 관련이 적은 낱말, 문장 등 기억 대상을 잘 알고 있는 것이나 습관적인 배열 등과 연관지어 쉽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방법)의 원리이기도 하다.

장소기억법, 기억의 궁전(mind palace)은 물건이 어디 있는지 이미지화하고 기억하도록 진화된 뇌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시각과 공간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우리의 능력을 통해 기억 대상을 물리적 장소와 연상으로 묶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보를 시각적 형상과 장소에 결합하여 정교하게 부호화한다. 뇌는 시각 공간적 형상화를 즐기므로 이를 통해 능숙하게 기억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똑똑하지만 세상에는 정보 말고도 기억할 것이 많은데 살면서 쌓인 인생 경험과 지식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유발하는 경험은 그렇지 않은 경험에 비해 더 잘 기억에 남는다. 감정이 강력할수록 기억은 더 생생하고 세세한 내용까지도 정교해진다. 감정과 의외성이 편도체를 활성화하고, 자극을 받은 편도체가 해마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거나 극히 감정적인 일을 경험하게 되면 섬광기억(flashbulb memory)가 생성될 수 있다. 이는 충격적이고 굉장히 의미 있으면서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사랑 등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경험들에 대한 일화 기억이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관에 부합하는 기억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사람의 자서전적인 기억은 웃음, 감사, 경외로 가득하고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미래 기억(prospective memory)은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이다. 뇌가 해야 할 일들을 미래의 어떤 시간, 장소에서 떠올려야 하는 기억이다. 우리의 미래 기억은 신경 회로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않고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단서를 남겨야 한다. 이 단서는 할 일을 적어두거나 알람, 체크리스트 등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기억해야 할 일을 미리 적어 놓는 것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한지 보여주는 습관이다.

기억의 가장 강력한 적은 시간이다. 기억은 한시적이므로 보조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의도나 전략을 활용해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대부분을 잊어버리게 된다.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초기 다량의 정보를 잊어버리고 나서 남은 정보는 잊지 않게 된다.

이 시간을 견뎌내는 기억은 반복과 의미 부여이다. 저장된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활성화하여 반복해야 한다. 의미 부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평소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과 연관 지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의미 있는 기억을 반복하여 더 강력해지도록 한다.

반대로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이 기억을 계속 떠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서나 맥락을 피할 수 없어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뇌에게 말을 통해 지시를 내리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새로운 기억이 완전히 생성되기 전에 기억 강화를 중단시키거나 이미 형성된 기억을 삭제하는 신경 신호 전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또는 시각화를 통해 뇌가 스스로 기억을 삭제하게 할 수도 있다. 불쾌한 기억에 불이 붙어 사라지거나 적힌 글씨가 지워지는 것과 같은 모습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망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잊는 것은 노화의 안타까운 징후이거나 우연이 아니다. 망각은 정말 중요하다. 덕분에 우리는 날마다 여러 방면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잊는 것은 결국 기억력 향상에 기여한다. 

우리는 망각 앞에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희생자이며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망각은 때로 용의주도하고 적극적이고 의도적이고 의욕적이고 목표가 뚜렷하고 효율적이다. 지능을 갖춘 기억 체계는 정보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유용하지 않은 정보는 적극적으로 잊는다.

기억 체계가 최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 저장과 정보 삭제가 균형을 이루도록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기억이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능력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유용한 정보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다. 잊는 능력은 기억하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청각, 시각 기억이 모두 저하된다. 처리 속도는 삼십 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새로운 정보의 습득과 인출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력을 유지하는 능력도 줄어드는데 이는 새로운 기억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 기억은 좋은 일만 떠올리고 나쁜 일은 잊는 경우가 많은데 노화에 의한 기억저하와 처리 속도를 피할 수는 없지만 정기적인 운동, 명상, 충분한 수면(8시간)을 취한다면 기억이 나아지거나 기억 나이를 오랫동안 젊게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활발한 인지 활동이 알츠하이머에 강한 뇌를 만드는데 유용할 수 있지만 기억을 인출하는 기능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능은 나이와 함께 저하된다. 많은 사람이 기억능력 유지를 위해 두뇌 게임을 하지만 많은 시간을 쏟더라도 정신 기능의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즉 나이가 들면 똑같이 기억력이 감소한다.

알츠하이머는 해마에서 시작되어 공간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 전두엽, 전전두엽의 신경회로를 손상시켜 논리적 사고와 의사결정, 계획 수립, 문제해결능력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기분과 감정을 제어하는 편도체와 변연계를 오염시켜 슬픔, 분노, 욕망 등을 조절하거나 억제하지 못하게 한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시냅스에 찌꺼기를 형성하여 15-20년에 걸쳐 쌓여가다 한계에 도달하여 분자 구조가 무너지고 얽히면서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세포가 죽어 기억이 비정상적으로 소실된다고 본다. 처음 기억을 잃는 증상에서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이 평균 8-10년이 소요되어 결국에는 모든 종류의 기억을 인출, 생성하는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이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주의 집중이다. 그리고 맥락이다. 기억을 떠올릴 때의 맥락이 기억이 생성될 때의 주변 맥락과 일치할 때 우리는 기억을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완전한 형태로 불러낼 수 있다. 즉 학습과 회상이 같은 조건 하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는 학습한 것을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확신, 제어, 예측 가능성, 사회적 지원, 소속 등의 부재 인지로 인해 발생한다. 결코 현실에서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단순 상상만으로도 뇌와 몸은 스트레스 반응을 온전히 경험하는데 그 강도로 따지면 실제 상황과 다름없다. 스트레스에 대해 몸은 투쟁 도피 반응인 교감신경계 반응으로 대응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있다. 

아드레날린은 효과가 빠르고 수명이 짧다. 심박율, 호흡, 혈압을 증가시키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세포 성장, 소화 등에 사용되는 혈액과 에너지를 팔다리로 보낸다. 또한 생각하는 능력을 제한하여 즉각 반응할 수 있게 한다.

코르티솔은 15분-1시간 후 활발히 분비되며 에너지를 동원해 스트레스에 물리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며 상황 종료 후 스트레스 반응을 완전히 멈추게 한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편도체에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편도체는 해마에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통해 기억을 강화하게 된다. 또한 코르티솔은 해마에 직접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스트레스는 기억 형성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새로운 기억의 형성을 돕지만 감각과 주의력이 올라가는 대상이 좁아지므로 기억에 대한 세부 정보도 줄어든다. 따라서 스트레스 중심의 정보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지만 주변 정보는 희미해진다. 급성 스트레스의 정도에 따라 기억이 형성되는 정도가 다르며 사람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양이 다르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기억 형성을 원활하게 하지만 인출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의 경우 코르티솔 과다 상태가 되어 이는 사고 능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해마의 신경생성을 방해하여 해마가 작아지고 기억을 담당할 신경세포도 줄어든다. 또한 스트레스나 코르티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해마의 신경세포는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공격에도 취약한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요가, 명상, 건강한 식습관, 운동, 마음챙김 수행, 감사, 공감을 통해 스트레스에 조금 둔감해지고 도피 반응에 브레이크를 걸고 불안이라는 독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잠은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최적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잠은 기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부호화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저장 버튼을 누르는 역할도 한다. 또한 잠은 모든 종류의 근육 기억에도 도움을 준다. 잠은 완벽한 기능 습득에 도움이 된다. 무엇을 배우건 잠을 자고 나면 연습을 더 많이 하지 않아도 더 잘하게 된다. 낮잠도 효과적이지만 밤잠은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잠은 알츠하이머에도 효과적이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교세포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퇴적물을 청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짧고 깊은 잠보다는 충분히 청소 작업을 끝낼 수 있도록 긴 잠을 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성인은 7-9시간을 자도록 진화했다. 이보다 적게 자면 심혈관계와 면역계의 기능 저하, 정신 건강과 기억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심장병, 암, 감염병, 정신질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보통 심장에 좋으면 뇌에도 좋고 알츠하이머 예방에도 좋다. 반대로 말하면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은 알츠하이머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운동과 정신 활동 모두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촉진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규 교육을 오래 받고 지식 정도가 높고 정기적으로 사회적, 정신적 자극을 받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인지적 비축분이 많고 이는 알츠하이머의 뇌 상태를 갖고 있더라도 병의 징후를 막아준다. 인지적 비축분이 많으면 알츠하이머로 일부 스냅스가 손상되더라도 예비 혹은 대안이 많아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손상되지 않은 신경회로로 우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지적 비축분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여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인지자극이란 새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것, 새로운 책을 읽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렇게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요가, 명상, 건강한 식습관, 운동, 마음챙김 수행, 감사, 공감을 통해 스트레스에 조금 둔감해지고 도피 반응에 브레이크를 걸고 불안이라는 독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BOOK]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The Wonder Weeks)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8)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한 달에 한 권씩 읽고자 했지만 환경이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을 안읽은 것은 아니니 뒤늦은 후기.

출생 후 20개월까지 아기는 10번의 정신적인 도약과 함께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아기는 예외없이 이 시기를 겪으면서 성장한다.

도약 시기는 다음과 같다.

5주 (35일-42일)
8-9주 (56일-70일)
12주 (84일-91일)
15-19주 (105일-140일)
23-26주 (161일-189일)
34-37주 (238일-266일)
42-46주 (294일-329주)
51-54주 (357일-385일)
60-64주 (420일-455일)
71-75주 (497일-532일)

도약 단계에서는 친숙한 세계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불안해진 아기는 엄마에게 더 붙어있으려 하고 자신의 생명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생존을 위한 반사행동(손바닥을 자극하면 주먹을 쥐거나 세우면 걷거나 하는 등)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발달이 진전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어 반사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도약기를 맞이하는 아기를 위해 필요한 부모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다.

– 모든 아기는 같은 월령에 도약을 한다.
– 아기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는 못한다.
– 운동 능력에만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 도약기는 엄마에게 붙어있기, 울기, 칭얼대기, 이 외에도 몇 가지 증상이 더 있을 수 있다.
– 도약하는 아기를 능동적으로 돕는다.
– 도약으로 인한 새 능력 획득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다.
– 완벽보다 하려는 사실이 중요하다.
– 외적 상황으로 도약기에 접어들었음을 모를수도 있다.
– 도약 = 스트레스 = 저항력 저하
– 도약은 긍정적인 것이다.

아기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은 월령과 연령에 따라서도 다르며 개인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아기가 어른보다 수면 리듬이 빠르고 수면 주기가 훨씬 짧다.
그리고 아기는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어른의 수면 욕구와 리듬을 아기에게 투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기는 어른과 같은 패턴으로 잠을 자는데 필요한 두뇌 속 중추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인은 어두워지면 멜라토닌이 생성되고 코르티솔(주의력 호르몬)이 줄어들어 긴장이 풀어지고 잠들기 쉬운 상태가 된다. 즉 잠을 푹 자려면 특정 물질이 분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생아는 아직 수면 각성 리듬이 존재하지 않고 호르몬 대사도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밤낮 리듬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밝기에 상관없이 불규칙적인 리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신생아는 체온에서 밤낮 리듬이 시작된다.
생후 7주부터는 차츰 혈액 속에서 옅은 멜라토닌이 확인된다. 생후 2개월에는 수면 각성 리듬의 전 단계에 도달하고 3개월 차에는 낮잠이 줄어들고 밤잠이 늘어나게 된다. 생후 15주부터는 24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아기의 수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아기는 개성이 다르므로 통계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신생아 시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20cm 이내의 사물을 볼 수 있다.
–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목소리는 아기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갑작스럽고 시끄러운 소음은 좋아하지 않고 쉽게 놀란다.
– 체온 조절을 잘하지 못하므로 체온이 쉽게 떨어진다.
따라서 오래 산책하는 것은 좋지 않다.
– 신체접촉을 좋아한다. 신체 접촉은 아기를 달래는 최상의 방법이자 최고의 놀이다.
– 아기와 함께 집구경을 하면서 설명하여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만져보게 한다. 
– 엄마 목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티비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없어 불안해할 수 있다.
– 깨어있을 때 시야에 재미있는 것을 둔다.
– 아기는 음악을 좋아한다. 부드러운 배경 음악은 아기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 신체 접촉은 엄마의 뱃속을 기억나게 하고 안정감을 준다. 

아기는 키우는 것은 놀랍도록 신비하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놀라움을 매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힘들지만 즐겁고 뿌듯하지만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BOOK]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7)

사고 판다는 경제학의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만이 아닌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에 시작된 시장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는 번영과 자유를 향한 열쇠가 정부가 아닌 시장에 있다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과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신념에 따라 탄생하였다.

그 후 시장(market)은 공익을 달성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신념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신념은 강하게 의심받고 있고, 시장지상주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시장과 도덕이 분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탐욕이 금융 위기에 큰 역할을 했지만 더 큰 원인은 시장 가치가 원래 속하지 않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으로 사서는 안되는 것이 있을까?

이제는 탄소배출권, 대리모 출산, 이민 권리, 명문대 입학 허가 등 30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거래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불평등과 부패, 즉 거래가 차별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요트와 스포츠카, 휴양지 등 부수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빈부 차의 전부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영향력, 의료, 주거지 안정, 교육 기회 등 부에 따라 다른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하길 시장은 교환되는 재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시장은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벌금과 요금을 통해서도 초래하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이고,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하지만 벌금을 요금으로 취급하면 어떻게 될까?

벌금을 요금으로 대하면 벌금이 나타내는 규범을 무시하게 된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돈으로 사는 것보다 다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도덕적 신념이나 흥미와 같은 내재적 동기와 돈과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는 차이가 있다.

내재적으로 가치를 두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면 흥미와 헌신을 밀어내고 가치를 떨어뜨려 동기유발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 경제적으로 이타주의를 무모하게 사용하면 다른 공공의 목적을 위해 쓸 ‘이타주의’의 공급량이 고갈된다고 하지만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시장과 상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시장에 속하지 않은 영역은 무엇인지도 의문을 던져야 한다.

재화의 의미와 목적, 재화를 지배하는 가치를 두고 깊은 사고 없이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바 두려워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 주저하고 시장이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게 된다. 

사회 전반에도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점차 분리하게 된다.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히게 되면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협상하게 되고 공공의 선에 관심을 쏟게 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시장의 문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가 된다.

[BOOK] 클린코드(Clean Code)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6)

궁극적으로 코드는 요구사항을 상세히 표현하는 언어다.

필요에 따라 요구 사항에 더 가까운 언어를 만들 수 있고 정형 구조를 뽑아내는 도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정밀한 표현은 항상 필요하고 이 필요성은 없앨 방법이 없으므로 코드도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코드 작성 시 시간을 들여 깨끗한 코드를 만드는 노력이 결국에는 비용 절감 뿐 아니라 전문가로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한다.

일정에 쫓기더라도 대다수의 관리자는 좋은 코드를 원하며 좋은 코드를 사수하는 일은 바로 프로그래머의 책임이다. 

정해진 기한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언제나 코드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습관이고 깨끗한 코드는 보기에 즐거운 코드다.

깨끗한 코드는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고 세세한 사항까지 꼼꼼하게 처리하는 코드다.

깨끗한 코드는 한 가지를 잘한다.

나쁜 코드는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애쓰다가 의도가 뒤섞이고 목적이 흐려지게 된다.

깨끗한 코드는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잘 쓴 문장처럼 읽히고 설계자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크기가 큰 코드보다는 작은 코드가 가치있으며 코드는 작을수록 좋다.

깨끗한 코드는 주의깊게 작성한 코드다.

시간을 들여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한 코드다.

세세한 사항까지 꼼꼼하게 신경쓴 코드다.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열쇠는 언어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다.

변수, 함수, 클래스 네이밍 시 의미있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하고 좋은 이름을 지으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최종적으로는 이 이름을 통해 절약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변수, 함수, 클래스 이름은 존재 이유와 수행 기능, 사용 방법을 나타내도록 하여 주석이 필요가 없도록 한다.

당연하게도 그릇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름은 피한다.

예를 들면 실제는 List가 아니지만 itemList를 사용하거나 O(대문자 o), l(소문자 L)를 사용하여 헷갈리게 만들거나 prevGetNameAndAgeData, prevGetNameAndSexData 등과 같이 한 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이름이다.

항상 의미를 갖고 구분을 해야 하며 컴파일러나 인터프리터만 통과하려는 의도로 코드를 구현하면 안된다.

연속된 숫자를 덧붙이거나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 이름은 작성하지 말고 읽는 사람이 차이를 알도록 지어야 좋은 이름이다.

의미 이외에도 사용자가 발음하거나 검색하기 쉬운 이름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GenYrDt보다 GenerateYearDate가 훨씬 낫다.

이름 길이는 범위 크기에 비례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코드가 복잡해졌을 때 ab와 같은 단순한 이름은 검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상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코드를 작성한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프로그래머는 명료함을 최우선으로 하여 항상 남들이 이해하는 코드를 작성한다.

클래스와 객체 명명 시에는 명사, 명사구가 적합하며 동사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메서드는 동사나 동사구가 적합하다.

명명 시 기발하거나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은 피하는 게 좋으며 예를 들어 특정 문화를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단어나 구어체, 속어 등이 있다.

한 개념에서는 하나의 이름만 선택하고 get, retrieve, bring, fetch, take 등 같은 기능의 메서드는 이름을 통일한다. 

이름이 다르면 클래스와 타입도 다르게 여기기 쉬우므로 일관성있는 어휘를 사용하고 일관성 속에서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두 값을 더하는 메서드가 add라면 하나의 값 만을 더하는 메서드는 insert, append로 짓는 것이다.

해법 영역은 기술 개념에서 가져온 이름이 이해하기 쉬운데 알고리즘, 수학 용어, 패턴 이름 등 이미 익숙한 개념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문제 영역은 해당 영역에서 가져온 이름도 문제가 없다.

의미 있는 맥락context을 사용하여 클래스, 함수에 맥락을 부여하거나 접두어를 사용해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또한 불필요한 맥락context은 사용하지 말고 의미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 짧은 이름이 긴 이름보다 좋으므로 불필요한 부분을 추가하지 않도록 한다.

문장이나 문단처럼 읽히는 코드가 아니면 표나 자료구조처럼 읽히는 코드를 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함수는 무조건 작게 만드는 것이 좋고 중첩 구조가 생길만큼 함수가 커지는 것은 좋지 않다.

함수는 한 가지만을 해야 한다.

중복은 모든 소프트웨어에서 악의 근원이다.

하위 루틴을 발명한 이래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지금까지의 혁신은 소스 코드의 중복을 제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짜는 것은 글짓기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길고 복잡하고 정리가 안된 상태지만 코드를 다듬고 정리하여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드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의 기술은 언제나 언어 설계의 기술이다.

프로그래밍의 대가(大家)는 시스템을 구현할 프로그램이 아니라 풀어갈 이야기로 여긴다. 

주석은 언제나 실패를 의미하며 코드로 의도를 표현하지 못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주석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코드로 의도를 표현할 방법을 먼저 찾는다.

주석은 오래될수록 코드에서 멀어지며 내용이 잘못될 가능성도 커진다.

코드를 유지보수해도 주석까지 유지보수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진실은 오직 한 곳, 코드에만 존재한다.

처음부터 바르게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대신 오늘 주어진 사용자 스토리에 맞춰 시스템을 구현하고 내일은 새로운 스토리에 맞춰 시스템을 조정하고 확장한다.

이것이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애자일(Agile) 방식의 핵심이다.

켄트 벡(Kent Beck)이 제기하는 단순한 설계 규칙 네 가지는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 모든 테스트를 실행한다.
  • 중복을 없앤다.
  • 프로그래머의 의도를 표현한다.
  • 클래스와 메서드 수를 최소화한다.

테스트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애쓰면 설계 품질이 더불어 높아지므로 테스트는 클린 코드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테스트 케이스가 많을수록 개발자는 테스트가 쉽도록 코드를 작성하게 되고 철저히 테스트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면 더 나은 설계를 얻을 수 있다.

결합도가 높으면 테스트 케이스 작성이 어려우므로 결합도를 낮추면 설계 품질은 더욱 높아진다. 

[BOOK]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5)

자연에 이름 붙이기(Naming Nature)라는 책을 통해 분기학을 접한 저자의 관심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서술한다.

평생을 바쳐 수많은 어류의 학명을 지정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지나친 우생학優生學을 주장하는 학자였으며, 이 우생학은 사람의 개성과 인종의 특성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가 주장한 우생학을 통해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하였지만 그는 평생 고귀한 학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스탠포드 대학교에는 동상까지 세워졌다.

그가 주장한 優生學(우수할 우)은 이미 愚生學(어리석을 우)이 되어버렸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다.

하지만 저자는 아주 학문적이면서도 통쾌한 사실을 찾아내고는 나름의 위안을 삼는다.

스타 조던이 의심하지도 않고 평생을 바쳐 분류한 ‘어류’는 분기학을 통해 결국 존재하지 않는 분류로 밝혀진 것이다.

과학은 믿음을 위험하게 여기는데 결국 그의 믿음이 기반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과학적 세계관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은 허명함뿐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인간으로 사는 건 가혹하다.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는 무방비 상태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 파괴될 것이라는 가장 슬픈 사실을 알면서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태어나고 그저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의미없는 것은 아니며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에게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이다.

이는 발달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이다.


우생학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즉,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생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한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 대상이 아니라 경이롭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우리는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인생에서 좋은 것과 선물들을 놓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긍정적 환상을 갖는 것이 목표 성취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서서히 목표를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의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BOOK] 생각의 지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4)

동양과 서양이라는 큰 범주로 문화를 나누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차이와 그 원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관점의 차이에 대한 핵심은 ‘전체’와 ‘부분’이다.

동양은 전체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조직에 잘 융합되도록 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며 전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부분만 따로 떼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사고에 익숙한 경향이 크다.

서양은 부분과 나를 중시한다.

따라서 사고도 나의 생각이나 나의 느낌 등 지극히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배경을 제외한 특정 사물 자체를 더 잘 기억하는 등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범죄를 분석할 때도 동양과 서양은 차이를 보인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동양은 주로 범인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추지만 서양은 범인의 개인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점도 여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도 동양은 동사, 서양은 명사를 먼저 배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사는 유동적이지만 명사는 고정적이므로 보통은 동사보다 명사를 쉽게 습득한다. 그러나 동양의 아이들은 특이하게도 명사만큼이나 동사도 빠르게 습득하는데 이는 지능에 따른 차이라기보다는 동사가 주로 관계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조직에 잘 융합되는 것 역시 너와 나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제일 처음이나 마지막에 위치하여 눈에 띄지만 영어는 동사가 문장의 중간에 위치하므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서양은 특정 사물의 속성을 중시하므로 사물의 이름과 특성을 중시하여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동양은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관점의 차이가 발생한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누군가 서양에는 소크라테스, 동양에는 공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그들의 탄생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바로 두 사회의 생태 환경이 경제적인 차이를 가져오고 경제적인 차이가 사회 구조의 차이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동양은 주로 고대부터 농경 사회 구조를 이루었으므로 농사의 핵심인 협동을 중시하며 조직 문화가 발달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서양은 농경 사회가 아니었을까?

서양은 토지가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주로 채집이나 물건의 교환, 무역 등 개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한 사회 구조를 이루었다고 한다.


서양은 개인과 국가간에 오직 하나의 바람직한 관계 즉, 개인은 독립적인 존재로 다른 사람과 국가와 사회적 계약을 맺으며 계약에는 개인의 권리, 자유, 그리고 의무가 포함된다고 믿는다. 

동양은 국가를 개인들의 단순 집합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하므로 개인의 고유한 권리라는 개념은 자연스럽지 않고 부분-전체, 개인-사회라는 관계적 측면에서 권리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렇듯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므로 서로의 도덕관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의 사고 방식이 더 옳은가를 따지기 보다는 서로를 보완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서양은 모든 문제는 논리로 해결될 수 있다는 형식주의(formalism), 하나의 원인만 존재한다는 양자 택일 논리, 상황보다 내부의 원인을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 기본적 귀인의 오류가 있다.

동양은 양쪽 모두에 진실이 있는 모순, 논쟁의 회피, 복잡성의 문제가 있다.

양쪽 모두에 진실이 있는 모순이란 예를 들면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와 같이 서양인이 보기에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옹호된다.

다양한 문화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교육적 환경과 업무 환경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연구를 통해 상이한 사고 방식을 가진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면 어떤 문제든지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과 기술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결국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문화와 장점을 수용하여 중간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며 이야기를 마친다.


여러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놀면서 그저 개인의 특성으로만 여겼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많은 부분에서 환경에 따른 사고 방식의 차이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개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문화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때로는 우리가 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동양의 친구들로부터 익숙함을 느끼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만약 내가 다른 문화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BOOK] 그릿(GRIT)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3)

grit의 뜻을 검색해보면 투지, 기개로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grit one’s teeth의 뜻은 다음과 같다.

to show courage and determination when dealing with problems or challenges.

이를 꽉 깨물고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끝까지.

이 것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어릴 때부터 한 가지를 끝까지 해낸 성취의 경험이 있다면 결국에는 그 성취의 경험이 다른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들고 포기하지 않고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연구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실패하거나 지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핵심이며, 천재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의지라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작가가 정의하는 그릿은 다음과 같다.

특정 상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열정, 그리고 이를 완수하는 끈기


한 가지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 재능보다는 끝까지 하겠다는 짐념이 중요하다.
  • 열정은 우선 순위를 확실하게 만든다.
  • 성공이 결코 끝이 아니며 실패는 절대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용기이다.
  • 실패란 있기 마련이고 대처 방식이 중요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성공은 수년 간의 지속적인 열정과 끈기의 결실이다.
  • 경쟁이라는 단어는 함께 노력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을 패배시켜야 한다는 뜻은 없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시작했으면 무조건 끝을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 벽돌공의 이야기를 통해 일과 직업을 인식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생업 : 나는 벽돌을 쌓고 있어요.

직업 : 나는 교회를 짓고 있어요.

천직 : 나는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어요.

성전을 짓는 것처럼 자신이 열정을 갖는 대상을 찾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탁월함(greatness)과 선량함(goodness) 중에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릿은 사람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이지만 결국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므로 작가는 먼저 선량함을

택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goodness는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BOOK]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2)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내용에 흥미가 끌려 선택한 책.

이익 집단에 의한 선택적이고 왜곡된 환경 보호 활동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한 생각과 행동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아래의 내용은 모두 책의 내용에 기반한 것이다.

환경 보호의 대명사 중 하나가 나무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숲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용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방과 취사가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난방과 취사에 들어가는 에너지원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1차 에너지원인 나무가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의 전례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에너지가 공급되면 저장, 운송의 효율이 높아지고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게 되므로 자연스레 환경 오염 개선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의 효율이 높은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천연가스 -> 석탄 ->바이오매스(나무)

하지만 한 번에 바이오매스에서 최고 효율의 에너지 단계로 뛰어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조업을 발전시켜 먼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밀도 높은 에너지에 투자하여 에너지 공급을 원활하게 하면 오염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고래를 포획하는 포경 산업이 크게 부흥하여 고래로부터 추출한 원료를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하였다.

그러나 현재 고래의 포획이 줄어든 이유(물론 현재도 걱정할 수준으로 포획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몇 십년 전 부흥기에 비하면 굉장한 수치로 줄어들었다고 한다)는 무엇일까?

포획이 줄어든 이유는 포획금지조약이 아닌 고래에서 구할 수 있는 고래 기름과 고래 수염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과 플라스틱, 등유가 생산되어 이를 대체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나무에서 석탄, 고래 기름에서 석유, 석탄에서 석유로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원이 희귀해짐에 따라 혁신이 촉진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석유가 바이오 연료를 이긴 것은 궁극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기름, 플라스틱, 석유 등의 생산은 환경에 해로운 영향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대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인 전기를 가장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정적이라는 단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원자력을 떠올리긴 어렵겠지만 전기를 가장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은 원자력이라고 한다.

원자를 쪼개서 열을 발생시키는 핵분열 방식은 불을 붙여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보다 연료가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천연가스나 석탄 발전 전기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된다.

건설에 비용이 다른 발전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긴 시간 계획적으로 가동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용도 장점이 많다.

단, 건설에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건설이 지연될수록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보다 효율이 좋으며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원이다.

태양광, 풍력과 달리 원자력은 전기 뿐만 아니라 열도 공급할 수 있으므로 난방, 취사, 수송같은 분야에서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반핵 운동가에 의해 대중의 공포가 자라나고 과학적 연구와 기술적 탐구는 대학과 정부의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20여년 간 핵무기의 공포를 학습하며 자란 세대가 구체적인 위험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잘못된 정보만을 퍼트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환경주의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는 것으로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효율을 높인다고 해서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또한 반핵운동가는 여전히 신재생 에너지가 존재하므로 원자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는 화석 연료 발전소가 반드시 필요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산업혁명은 석탄의 에너지 밀도가 나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은 원리로 에너지 밀도가 훨씬 낮은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오늘날의 고에너지 도시 산업 사회와 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

 과학이 입증하는 사실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직관적인 견해에 근거해 환경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행동, 기술, 정책이 생기는데, 이런 직관적인 견해는 자연적인 것이 좋다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거북 껍질, 상아, 야생 어류, 유기농 비료, 나무 연료, 태양광 발전 등을 자연의 산물로 여기고 이런 자연적인 것이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양식 어류, 화학 비료,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인공적인 것보다 더 친환경적이며 무작정 인류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공적인 것 역시 자연적인 것만큼이나 자연적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졌을 뿐이다. 

신재생 에너지와 유기농이 자연과 풍광에 더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수없이 많지만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환경 운동가들이 많다. 

에너지 밀도는 환경에 대한 피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천연가스는 석탄을 대체할 때는 좋은 연료지만 우라늄의 자리를 뺏으면 나쁜 연료가 된다.

조금 더 과학과 사실에 기반하여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무엇이 사람과 환경을 위한 것인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인 것 같다.

책이 두꺼워서 생각할 시간도 많을 것 같다.

[BOOK]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에 한 권(2022/01)

서점에 들렀다가 눈길을 사로잡아 구매한 책.

1930년대 유럽과 독일에서 벌어진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와 소설이 참 많고 또 모든 게 다 슬픈 이야기지만 가만히 놓고 보면 사람의 차가운 잔혹성과 따뜻한 인정을 함께 다룬 것이 많다.

저자 또한 수용소에 끌려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지만 지나고보면 어제를 버티게 해준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오늘에 대한 희망이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역시 저자를 버티게 해 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내 인생에서도 최선이 되기를 바라는 세 가지다.

한 겨울 영하 8도. 아주 얇은 천 하나만 걸치고 서로의 온기로 한 밤을 지내는 사람들이 새벽에 화장실 갈 때마다 가장자리 사람이 얼어 죽지 않도록 안쪽으로 밀어주고 잠이 들지만 아침에 뜨는 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너무 뇌리에 깊이 남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수용소에서 전기가 통하는 철장에 뛰어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독재가 끝났지만 남은 가족이 없어 삶의 의미를 잃고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슬픔의 시대를 지나오면서도 저자인 에디 제이쿠 할아버지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았기에 오늘 우리가 표지 사진을 보면서 놀라워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값진 보물이었다고 한다.

수용소에서 공학 기술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그는 그 후 과거에 지배당하지 않고 평생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책을 보면서 더 자주 자신의 행복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책도둑, 피아니스트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