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달 한 권(2022/07)

사고 판다는 경제학의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만이 아닌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에 시작된 시장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는 번영과 자유를 향한 열쇠가 정부가 아닌 시장에 있다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과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의 신념에 따라 탄생하였다.

그 후 시장(market)은 공익을 달성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신념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신념은 강하게 의심받고 있고, 시장지상주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시장과 도덕이 분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탐욕이 금융 위기에 큰 역할을 했지만 더 큰 원인은 시장 가치가 원래 속하지 않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으로 사서는 안되는 것이 있을까?

이제는 탄소배출권, 대리모 출산, 이민 권리, 명문대 입학 허가 등 30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거래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불평등과 부패, 즉 거래가 차별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요트와 스포츠카, 휴양지 등 부수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빈부 차의 전부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영향력, 의료, 주거지 안정, 교육 기회 등 부에 따라 다른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말하길 시장은 교환되는 재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시장은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벌금과 요금을 통해서도 초래하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이고,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하지만 벌금을 요금으로 취급하면 어떻게 될까?

벌금을 요금으로 대하면 벌금이 나타내는 규범을 무시하게 된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돈으로 사는 것보다 다 더 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도덕적 신념이나 흥미와 같은 내재적 동기와 돈과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는 차이가 있다.

내재적으로 가치를 두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면 흥미와 헌신을 밀어내고 가치를 떨어뜨려 동기유발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 경제적으로 이타주의를 무모하게 사용하면 다른 공공의 목적을 위해 쓸 ‘이타주의’의 공급량이 고갈된다고 하지만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시장과 상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시장에 속하지 않은 영역은 무엇인지도 의문을 던져야 한다.

재화의 의미와 목적, 재화를 지배하는 가치를 두고 깊은 사고 없이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바 두려워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 주저하고 시장이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게 된다. 

사회 전반에도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점차 분리하게 된다.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히게 되면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협상하게 되고 공공의 선에 관심을 쏟게 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시장의 문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가 된다.